2025년 5월 16일 금요일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이라,
과거 일기도 천천히 풀고 있는 겸, 자체 QnA 시간을 가져보려고 해요.
일기 정주행 하면서 궁금해할 만한 부분들 11가지 뽑아봤어요.
예전 다른 일기에 적은 내용들도 많아요!
[1] 일기 문체와 형식
현재 규칙은 무조건 4줄 단위 문단 띄우기, '완전'이라는 단어 사용할 수 있으면 사용하기, 거의 대부분 스승님과 친근하게 대화하는 느낌으로, 마지막에 하루 동안 먹은 음식들 중 가장 기억나는 메뉴 적기!
[2] 일기에서 읽을 수 없는 삶
제 일기는 전체적으로 취미나 휴식 위주의 내용이 대부분이에요. 예전에는 좀 더 학업적이나 일하는 내용이나 깊은 마음 속 얘기들까지 전부 적었지만, 지금은 공개 일기니 그런 얘기들은 최대한 피하려고 해요. 과거 일기들 또한 공개로 바꿀 때 프라이빗한 내용은 살짝 수정하거나 통째로 삭제하기도 해요. 일기에서 본격적인 음악, 수업, 그림, 코딩, 블로그 내용들은 거의 찾기 힘드실 거예요.
[3] 맞춤법
아직도 맞춤법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일기 쓰다가 헷갈리는 표현들은 검색하는 편이고, 평소 유사 단어 모음집도 자주 읽어요. 요즘은 그렇게 철저하지 않지만, 보통 일기 쓰고 티스토리 맞춤법으로 한번, 부산대 검사기로 한번 찾아보기도 해요.
[4] 일기 신뢰도
완전 중요한 부분이죠. 독자 입장에서는 이게 수필인지 소설인지 반반인지. 사실 알 수 없으니까요. 일단 위에서 언급했듯이 일기에 안 적는 주제들이 있고, 공개 일기라 축약하거나 대충 러프하게 적은 내용들도 많아요. 그리고 전체 내용의 5% 정도는 완전 거짓도 섞여 있어요. 매일 5% 인지, 3주에 하루는 소설인지는 비밀!
[5] 일기에 필터링 없이 등장하는 이름들
예전에는 필터링을 했었어요. 지금도 은산이랑 윤성이 빼고는 필터링 하는 편이에요. 근데 일기에 저 두 이름을 필터링하면 진행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아서, 필터링 목록에서 뺐어요. 은산이는 중3 때부터 같은 반 애, 롤모델, 친구, 제 꿈, 등등등등 다양한 관계를 겪었었고, 윤성이는 제일 친한 친구예요. 그리고 은산이랑 저 사이에 언제나 끼어있었죠.
[6] 자주 언급되는 과거에 대하여
대부분 고2 때부터 시작된 내용들이 많아요. 은산이랑 처음 얘기했던 날부터 성격을 복사하기로 했던 과정과 도착 지점, 그 과정 속에서 점점 제 주체성이 사라지고 기대기로 한 제 모습들. 마음 속에 교실을 만들어 두고 공상과 꿈을 통해 왔다 갔다 하며 지낸 시기들. 이 정도만 자세히 아셔도 나름 이해가 되긴 하실 거예요. 일기에 나오는 제 잘못에 대한 내용은 적을 생각이 없지만, 가치관이나 사상이나 취향이나 성격에 대한 무언가가 아니라, 진짜 은산이가 저에게 느꼈을 신뢰도를 99%에서 -99%로 뒤집어 버린 무언가가 있었어요. 보통 다른 사람과 친해지고 마음을 열고 신뢰를 얻으려면, 뭔가 통하는 게 있거나 이득이 있어야 하잖아요?? 서로 득이 되니 비즈니스 계약을 맺는다든지, 상대 외모나 지위나 재산이 마음에 들어서 결혼한다든지, 성격이 잘 맞아서 친구가 된다든지. 근데 제가 은산이에게 보여준 그런 부분들은 전부 가짜였거든요. 그것도 상당히 치밀하게요. 다시 거짓 없이 시작하고 싶어서 말한 거였는데, 그걸로 끝나버렸어요.
전 이 부분은 제가 아예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라 모르겠어요. 만약 제가 어떤 사람의 음악 좋아하고, 사진 찍는 거 좋아하고, 예술 전시회 가는 거 좋아하고, 일식 좋아하고, 성격도 마음에 들고, 과거도 저랑 비슷하고, 대화할 때 같은 생각을 자주 하는 면이 마음에 들어서 친해지고 몇 년간 일주일에 3일은 만나는 사이에요. 근데 이게 전부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거짓말이면, 그동안 쌓아왔던 것들이 복구할 수도 없을 정도로 끝나는 걸까요... 전 제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부분은 없어요. 반응을 보고 데이터를 학습해야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거든요. 살짝 다른 얘기긴 한데, 아직도 전 장례식장에서 웃으면서 재밌어하면 안 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장례식장에 가면 다들 울고 위로해 주고 감정도 올라오고, 완전 행복해 보이거든요. 이쪽은 적고 싶은 말이 많은데, 더 적으면 사이코로 몰릴 것 같으니 패스! 아무튼 이 문단 핵심은 그렇게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난 그 과정 전체가 제 잘못이라는 거예요.
[7] 정신병
처음으로 정신 검사 했을 때가 중학교 1학년이었어요. 그때도 이미 불안 증상이 엄청났었는데, 모든 일에 플랜 ABC 세 가지 세워두고, 가족 아니면 장난이나 유머 하나 없을 정도로 변수를 싫어했어요. 그리고 꽤 어렸을 때부터 바로 위 문단에 있는 저런 느낌으로, 다른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생각들을 자주 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그걸 꽉 잡아주고 나아지게 이끌어주던 사람이 은산이였는데, 관계가 박살 난 시점부터 제 마음도 같이 박살 나기 시작했네요. 블로그로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멈춘 시점부터는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어요. 뭐 꽤나 심각했던 조울증이고, 지금도 물론 있고요, 불안 장애도 있는데, 이건 그냥 조울증이랑 세트인 것 같아요. 2023년 가을부터는 특정 시기 제외하면 즐길 수 있는 수준이고, 작년 겨울부터는 특정 시기에 급속도로 악화되는 증상도 사라졌어요. 근데, 당연히 병이니까 제가 조절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어느 시기에는 일주일 내내 하루 3시간 수면으로도 머리 팽팽 돌아가고 하루 약속도 세 개씩 잡는데, 어느 시기에는 하루 9시간 자도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들거든요. 게다가 거의 모든 일들이 어마어마한 계획에 제로에 가까운 실행력으로 마무리되는...
진짜 힘든 점은 현실의 모든 사건이 악몽으로 느껴진다는 점이죠. 현실이랑 제가 느끼는 감각이랑 꽤 큰 차이가 있어요. 하지만 이 모든 증상들에도 불구하고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요. 바로 행복감과 창의력 10배 상승 증상! 진짜 완전 이거 기가 막혀요. 악몽 같은 시간 속에서 아이디어를 건져 올리고, 그 시기를 보내고 나면 엄청난 실행력과 창의력으로 작업을 끝내 버리는 최고의 정신병! 과학이랑 예술 분야에 조울증 걸린 천재들이 많은 이유가 있다니까요. 2021-2023년 정말 심했을 때는, 잘 때 꿈도 진짜 미쳤었는데, 요즘은 그런 꿈을 못 꿔서 아쉬울 정도예요.
[8] 현재 목표
음악 쪽으로는 확실한 목표가 있어요. 근데 더이상 말해드릴 순 없어요. 왜냐하면 전 진심인 분야에 다른 사람이 끼는 걸 싫어하거든요. 칭찬이든 도움이든 기대든 전부! 콜라주랑 블로그 쪽은 그냥 취미에 가까워요. 올리다가 잘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인 정도. 작품 감상은 조금씩 진행 중이에요. 메모장, 인스타, 워드프레스에 짧게 적어 놓은 감상평도 여기 이 블로그에 옮기고 있고요. 사진 촬영은 취미로 하고 싶은데 뭔가 애매하고, 나중엔 디제잉이랑 기타도 연주하고 싶어요. 애초에 은산이랑 끝난 이후부터 트라우마가 하나 생기는 바람에, 3일 뒤 미래부터는 상상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단기 목표들로 가득 채워서, 매일매일 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어요. 저 트라우마도 위 정신병 문단에 적어 놓을 걸 그랬네요. 단순히 '다음 주 길팟'이나 '며칠 뒤 저녁' 조차 미래 단어 포함으로 트라우마가 올라올까 말까 한 정도거든요.
[9]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은 안 좋아해요. 다른 사람들이 고르지 않는 걸 좋아해요. 더 적기에는 너무 뭐가 다양하니까, 몇 가지만 적어 볼까요. 음식은 훠궈랑 참치회, 음악은 라나 델 레이랑 트로피컬 하우스, 색깔은 짙은 녹색이랑 연보라랑 흰색이랑 밝은 금색, 예술은 전체적으로 다 좋아해요. 싫어하는 건 줄서기, 계획, 스포츠, 예절 등등
[10] 사상과 가치관
전 '사상'이라는 단어에 상당히 거리감을 느껴요. 왠지 정치적인 의미의 사상만 떠오르거든요. 그래서 가볍게 '제가 주로 하는 생각들'이라고 바꿔서 적어볼게요. "다른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는 것에 관심을 가질 것", "흐름에 휩쓸릴 것 같을 땐 탈출할 것", "성공 이후엔 반드시 새로운 도전을 할 것", "내 스타일을 확고히 전달할 것", "계획은 반드시 플랜D까지 세울 것", "꿈이 현실 보다 중요하고, 예술이 목숨 보다 중요하다".
[11] 일기를 되돌아 보며
2015년: 대학교 입학, 하지만 마음은 아직 고등학교에
2016년: 화사한 봄과 근무 시작
2017년: 문서수발실
2018년: 이별과 여행
2019년: 네이버 블로그
2020년: 길을 잃어버리다
2021년: 완전한 새출발, 하지만... 다시 2018년으로
2022년: 아무 생각도, 아무도, 아무것도
2023년: 걸어서 다른 우주까지
2024년: 백 가지 계획과 한 걸음 전진
2025년 오늘까지: 목표는 '현재의 나', 에너지는 '교실의 나', 아이디어는 '미쳐버린 나'
오늘의 한 끼: 탄탄면과 가지 딤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