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terpe ~ Silence

2024년 10월 1일

The MITA 2024. 10. 2. 03:24

무언가에 푹 빠지는 것과, 열정적인 건 약간 달라요. 
음악에 푹 빠져본 적 있고 게임에 푹 빠져본 적도 많지만, 그리 열정적이진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열정적이었던 적은 블로그 1년 차 때랑 교생실습 때였던 것 같아요. 
여기서 '열정적'이란 성공하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하고 분석한다는 뜻인 것 같아요. 

사실 2018년 이후로 점점 열정이 사그라들었어요. 
학교도 넉넉하게 졸업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일도 제가 하고 싶을 때 조금씩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게임 해야지', '작곡 해야지', '나는 기회가 많으니까'라며 쉽게 생각했어요. 
지금도 그래요. 전 다른 또래들 보다 기회가 완전 많았고, 앞으로도 많을 예정이거든요. 
언제나 든든한 서포팅이 있었고, 알바해본 적도 없고, 얼마를 쓰든 돈이 부족한 적도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아쉬울 게 없었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사실 전 어렸을 때부터 노력하는 걸 싫어했어요. 
재능만으로는 노력을 이길 수 없는 시점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요. 
오직 제가 관심 있는 분야에만 약간의 성실함을 보일 뿐이었죠.


그리고 제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나 가치관도 한몫했어요. 
왜냐하면 전 웬만하면 다른 사람들이 고르지 않은 선택을 하거든요. 
경쟁이 적으니까, 이미 고른 것 만으로도 충분한 선택들이요. 
다른 사람들에겐 많은 걸 강요하지만 저에겐 오히려 이득인, 길들이 많았거든요. 축복이죠.

네이버 블로그 운영할 때는 좋았어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포스팅하고, 학교 갔다가 업장에 들려서 리뷰하고, 오후에 또 학교 들렀다가 저녁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먹고, 오는 길에 사진 편집하고 포스팅도 작성하고, 밤 12시 지나면 빠르게 번역해서 올리고...
거기에 실습이랑 모임까지 다니면서 바빴지만, 제가 하고 싶은 걸 이룰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다양한 경험이 신선했고, 친구들과 다니면서 은산이 빈자리를 채워줬거든요.

교생 실습 때도 완전 바빴어요.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일정 확인하고, 아침 조례부터 시작해서 수업 참관도 하고, 비어 있는 시간에는 연수도 듣고, 수업하고, 수업 자료 수정하고, 강의도 듣고, 퇴근하고는 내일 자료도 준비하고, 잠도 줄여가면서 보냈었죠. 
심지어 그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싫어하지만, 
제 노력하는 모습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칭찬들이 완전 좋았어요.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루즈하게 살아온 건, 은산이와 나눈 마지막 대화 영향도 커요. 
아직도 우정이나 의리가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제가 결심한 시점에서도 완전 늦었다는 건 알거든요. 
솔직히 마지막까지도 전 의리는 고리타분하다, 우정은 계산적인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저한테 갇히지 말라고 해준 거 같아요. 다른 사람들 하고도 친하게 지내고, 시간도 충분히 가져보라고... 

그동안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시간도 지겨울 정도로 보내봤어요. 
하지만, 저에겐 그 어떤 것도 와닿지 않았어요. 
사람은 본래 자기 모습으로 살아야 하고, 안 고쳐진다더니, 그 말이 정확하네요! 
그래서 이제 버클리 음대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문구 같이 살려고요. 

전 어떻게 살고 싶은지는 확실해요. 
기회도 아직 많이 남았고, 열정적으로 임하면 실패하기가 더 어렵고, 마음가짐만 바꾸면 돼요. 
이미 실패에 대한 경험과 교훈은 충분히 얻었으니, 오랜만에 성공할 타이밍이기도 하고요. 
간 보는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교생 실습 보다는 네이버 블로그 같은 느낌으로요! 

사실 리뉴얼 첫 일기여서 길게, 그리고 포부를 잔뜩 썼는데, 
여기에 제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녹아있어요. 
일부러 다소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렵게 적어두기도 했고요. 
요약하자면, 남은 기회들은 헛되이 쓰지 말자는 거예요. 방향이든 속도든.

Best, Mita


P.S. 참고로 제가 은산이한테 한 마지막 말은, 선택에서 자유로워져 보라는 뜻이었어요. 
같은 성공을 부러워 할 필요도 없고, 무언가에 부딪혀 선택지가 없어지는 경우도 없고, 대중적인 자랑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제 최고의 강점이죠. 
이런 마음가짐으로 사는 제 모습을 누구보다 부러워했던 은산이였는데, 
만약 지금 그런 모습으로 살고 있다면... 걔는 원하는 걸 이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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